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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어린이책으로 정치를 하지 말라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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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으로 정치를 하지 말라

국정감사 중 배현진 의원의 파주출판도시 “BOOK() 읽는 풍경전시회 지적에 관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입장

 

지난 10월 2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중 배현진 의원은 파주출판도시의 “BOOK(北) 읽는 풍경” 전시회에 출품된 국내 출간 도서에 대해 ‘북한을 미화·찬양’했다고 지적했다. “전시관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다수의 도서들 중”에 “굉장히 문제가 된다라고 지적할 만한 우려스러운 내용”이 있고, “우리 어린이들에게 아주 무비판적으로 사상 편향적인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도서들”이 전시회장에 “널려 있었다”는 것이 문제의 발언이다. 우리는 배현진 의원의 이러한 낡은 정치적 이념 공세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자의적 기준의 색깔론으로 해당 전시회와 출품 도서를 재단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책은 도서출판 박영사에서 발간한 남북통일 팩트체크 Q&A 30선(2020.1)이다. 이 책은 배현진 의원이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을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책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시선에서 북한의 모습을 살펴보고 통일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용 교양도서이다. 집필자들은 서울·경기권의 초등학교 교사와 대학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책을 출간한 박영사는 올해로 설립 68년을 맞이한 전통 있는 학술·교양도서 전문 출판사다. 이 도서가 출품된 파주출판도시의 “BOOK(北) 읽는 풍경” 전시회 역시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기획된 남북문화교류행사로서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기획되었다.

 

배현진 의원이 남북통일 팩트체크 Q&A 30선에서 지적한 부분들은 남북 교류의 차원에서 양국의 정치, 문화, 사회 등을 비교하며 유사점과 차이점을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게 설명한 대목들이다. 책의 전체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오해가 될 만한 부분만을 편집해 북한을 미화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이 책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내용도 담겨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색깔론 공세에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서 전시회에 출품된 “다수의 도서들”을 문제 삼고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에게 남북의 화해를 가르치지 않고 적대의식을 부추겨야 한다는 말인가.

 

더욱 문제적인 것은 배 의원의 국정감사 지적이 과거 도서 검열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배 의원은 이 책을 읽다가 북한을 미화한다고 의심되는 “우려스러운 내용”들에 띠지를 붙여 표시를 해뒀고, 이를 국정감사 질의 시간에 소개하며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에게 ‘공감’을 강요했다. 이는 그 옛날 출판 탄압의 시대에 검열관들이나 하는 행태를 현직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버젓이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의원 개인의 ‘이념 편향적’ 독서법을 통해 문체부의 출판 정책을 ‘사상 검증’의 방편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배 의원에게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출판의 자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는 배현진 의원에게 “BOOK(北) 읽는 풍경” 전시회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것을 요청한다. 또한 전시회의 주관 기관인 출판문화도시입주기업협의회와 해당 도서의 출판사인 박영사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전시회에 곳곳에서 발견했다는 “사상 편향적인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도서들”이 무엇인지 밝히고 근거를 제시하기 바란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더이상 어린이책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

 

2020. 10. 23.

(사)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