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성명] 졸속 밀어붙이기 저작권법 개악을 절대 반대한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02-03
글 공유

졸속 밀어붙이기 저작권법 개악을 절대 반대한다

도종환 의원이 지난 1월 15일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하여 출판계는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독소조항은 물론 밀어붙이기 식의 졸속 처리 시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반대한다.

 

 

  1. 졸속한 입법과정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우리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주요 법률의 하나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각계와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과 절차를 생략한 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를 통해 급하게 처리하려는 작금의 시도를 출판계는 묵과할 수 없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온라인 공청회를 2차례 개최한 것이 전부일 뿐,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 한 번 할 기회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강행하려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졸속한 법 개정은 출판계의 산업적 이해는 물론 창작자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이다.

그 동안 출판계는 저작권법 전부개정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로서 문체부 주도의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논의가 시작된 후 일부 독소조항에 관하여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혀왔으며, 그 상세한 이유를 문체부 추진단에 충분히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에 출판계의 의견이 반영되기는커녕 진지한 고려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도서정가제 도입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서점에만 할인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어 온갖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적이 있으며, 지난해만 해도 뜬금없는 도서정가제 철회 논란으로 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문체부 전체가 블랙리스트에 의한 사상검열을 용인하고 일부는 블랙리스트 실행자로서 앞장서기까지 했다. 우리 출판인들은 현재의 밀어붙이기 식 저작권법 전부개정 시도 역시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 않은가 심각히 우려한다.

 

  1. 출판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저작자와 출판사의 갈등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추가보상청구권 제도의 신설에 반대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 도입하려는 이른바 ‘추가보상청구권’은 ‘구름빵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가 4천4백억의 수입을 올리는 동안 저작자는 고작 1천 850만원의 수익을 받고 저작권을 ‘뺏겼다’는 ‘갑질 출판사’와 ‘억울한 을 저자’의 서사로 인해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이었지만, 이미 그런 주장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의해 왜곡되고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저작자(원고)가 제기한 구름빵 소송(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 역시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는 지리한 소송의 결과 2020년 6월 25일에 원고인 저작자의 패소로 확정 판결이 나면서 저작자의 주장이 무리한 것임이 드러났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보호를 통해 출판산업을 포함한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저작자와 출판사 모두를 위한 법이어야 한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그리고 그런 ‘매절’ 계약으로 인해서 빚어진 저작자의 피해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저작권 양도에 의한 출판이 마치 부도덕한 범죄행위라도 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추가보상청구권’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저작권 양도에 의한 출판은 현행 저작권법이 인정하는 적법한 출판 방식이며, 이는 개정 법률안도 인정하고 있다. 출판권 설정계약과 저작권 양도계약은 책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지,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한 권의 책에 수백 개의 저작물을 담아야 하는 학습교재, 수십 권의 책이 합쳐져야 비로소 상품성을 갖게 되는 아동전집 등은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그 과정은 작가와 출판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많은 작가들의 저작물이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제작되어 출판시장을 성장시켜왔고, 출판콘텐츠의 질 향상에 기여해왔음을 돌이켜봐야 한다.

추가보상청구권은 권리의 종국적 처분행위인 ‘양도계약’을 맺은 행위에 대하여 추후 사정변경을 이유로 애초의 계약을 파기하고 수정을 가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 물권법 체계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제도이며,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법의 기본 원리를 파기하고 추가보상청구권을 도입해야 할 심대하고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문체부가 주관한 온라인 공청회의 일부 토론자들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덧붙이자면, 추가보상청구권은 일부 국가에서 오래 전부터 미술품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추급권’(Artist’s Resale Right, Droit de Suite)과도 혼동할 수 없다. 미술가가 자신의 미술작품을 판매한 후 상당 기간이 지나 그 작품의 탁월성이 인정받아 애초의 가격에 비할 수 없이 높은 가격으로 다시 판매될 때, 작가는 ‘추급권’을 주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미술품 소유자의 노력과 투자는 거의 들어가지 않은 것이며, 출판사가 인력과 비용, 시간을 들여 다듬고 홍보한 저작물과 전혀 다르다.

저작자와 출판사의 관계는 갈등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생 관계이다. 출판산업이 탄생한 이래 세계 각국에서 출판사는 저작물을 출판하고 관리함으로써 산업을 발전시켜 왔으며, 저작자는 출판사를 통해 저작물을 출간함으로써 저작행위를 실현하고 수입을 창출해왔다. 이해관계의 갈등 속에서도 저자와 출판사는 제도와 법, 관행과 평판에 의존해 상호 발전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추가보상청구권이 규정하는 추가보상 필요 요건의 애매모호함은 오히려 저자와 출판사 간에 소모적 법적 갈등을 조장할 것이 명백하며, 이는 저자의 저작권 보호와 출판산업 발전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영상산업에는 도입하지 않고 출판산업에만 도입할 이유를 그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1. 저작자와 출판사 모두의 발전을 뒷받침할 저작권 침해 보상에 진전이 없는 저작권법 개정은 무엇을 위한 전부개정인가?

 

고등교육기관이 지불하는 수업목적 보상금에 대한 출판권자의 수령권한은 이번에도 무시되었다. 또한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 무수히 벌어지는 복제로 인한 저작권 침해 행위 역시 교육목적이라는 미명하에 또 다시 무시되었다. 초중고 교육에 필요한 교실을 짓는다고 해서 교육목적을 내세워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는 없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해서 교사의 교육행위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교구재의 사용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유독 저작물에 대한 사용에 대해서는 교육적인 목적이라는 취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문화국가를 만들고 출판산업 융성을 꾀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도서관 시설 확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도서대출 증가로 인한 저자와 출판사의 수입 감소라는 부작용을 보완할 공공대출권 제도 역시 외면당했으며, 사적 복제 보상금 역시 도입되지 않았다. 공공대출권과 사적 복제 보상금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제 선진국 단계로 진입했다고 자부하며 문화가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누구나 동의하는 대한민국에서 언제까지 저자와 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저작물이 정당한 대가 없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선진국도 문화국가도 정당한 비용 지불 없이는 얻어질 수는 없다.

 

 

  1. 비신탁 도서와 5년 지난 절판도서를 공공 소유화하겠다는 발상의 확대된 집중관리제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저작권은 있으나 절판된 비신탁도서를 포함한 확대된 집중관리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비신탁도서의 범위가 소설류 등 어문학 저서와 5년 지난 절판도서가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조차 받아들이지 않은 내용이다. 이는 출판산업의 근간과 저작권자의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지적재산권과 배타적발행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입 배경도 이해하기 힘들다. 개정안 설명에 따르면, 온라인 음원사업자나 온라인동영상 사이트, 온라인창작 사이트 등 온라인디지털콘텐츠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디지털콘텐츠에 활용하게 길을 열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이용주체로 네이버, 구글 등 거대 포털사까지 포함시키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이다.

확대된 집중관리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도서관 등 공공성이 보장되는 기관이 이용 주체가 된다. 확대된 집중관리제도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3국이 처음 도입한 제도로 국민교육과 지식정보 격차해소라는 취지로 저작권이 없는 ‘고아저작물의 활용’등을 위해 도입된 바 있다. 북유럽3국은 비신탁 도서를 도서관의 이용과 배포 등에는 쓰고 있지 않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영미권과 유럽 국가들은 고아저작물과 일부 과거 영상 등의 활용을 위한 제도만 있을 뿐 비신탁저작물까지 포함한 확대된 집중관리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확대된 집중관리제도’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신탁관리단체가 신탁된 권리와 비신탁권리(저작물) 모두를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에게 이용을 허락하여 수십만 종의 전자책을 제작하고 제공하는 세상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 등에게는 즐거운 사업기회가 열리겠지만, 그 안에 들어갈 원천 콘텐츠를 만들어온 저작자들과 출판생태계에게는 재앙이며, 다양성이 살아 숨쉬어야 할 도서시장은 독점 사업자들의 사업장이 될 것이다. 이 지경이 되면 죽어버린 다양성을 되살리기 위해서 국민 세금이 끝없이 요구되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며 이 모든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국민과 출판인, 저작자들은 또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 명백하다.

 

 

  1. 저작권법상 형사처벌 완화는 수용할 수 없는 조항이다.

 

대학교재와 학술교재 출판사들의 출판물들이 무단 복제와 전송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피해금액 100만원 이상일 경우 소송이 가능토록 했다. 경미한 저작권 위반까지 형사 처벌하는 건 이용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우려는 일면 타당한 듯하지만 불법유통시장 근절에는 역부족이다. 일부 온라인 공유 플랫폼 사업주가 불법행위를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송자는 물론 플랫폼까지 처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부 플랫폼 사업주들은 해외 서버를 두고 제재를 피하면서 막대한 사익을 챙기지만, 그 책임을 이용자에게 돌리고 있다. 차제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주부터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만이 잘 몰라서 저작권 침해를 했다는 경미한 저작권 위반자들을 오히려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무리한 제도의 졸속 도입은 출판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창작자를 비롯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피해자로 전락시킨다.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 없이 졸속 추진되는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추가보상청구권’을 포함한 독소조항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전 출판계는 이 개악 된 법률안에 반대하며, 이 법률안의 조속한 철회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21. 02. 03

출판저작권법선진화추진위원회

대한출판문화협회, 학습자료협회,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한국아동출판협회,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중소출판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학술출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