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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 誠品書店 (the eslite bookstore) 탐방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0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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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誠品書店 (the eslite bookstore) 탐방                     

국제사업부 박은정

서점? 백화점? 도서관? 아니 갤러리? 그 어느 하나만으로 비교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작년 1월에 개장한 타이베이 성품서점 신의점이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이 열리는 타이베이 세계 무역 센터 뒤쪽으로 들어서있는 높은 빌딩 중 전혀 요란하지 않은 정직한 모양새의 한 건물이 눈에 띈다. 건물은 그 흔한 간판 하나 달고 있지 않다. 단지 단아하게 입구 위쪽으로 Eslite誠品이라는 로고만 보인다.

아니 이건 정말 입구부터 다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 쪽 벽면엔 층별 도서 분야 소개는 물론 그 주에 있는 행사 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1층의 바닥과 인테리어 자재의 그 고급스러움이란 마치 백화점 명품관에 온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옮길 때 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야말로 사람이 존중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단순히 공간을 몇 가지 분야로 그저 쪼개어 배치한 게 아니라, 방문자 성향과 접근성에 맞춰 층별 분류가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통일감있고 안정된 이미지이면서도, 그 분야별 특성에 따라 도서배치와 디스플레이, 게다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또한 달라진다. 카펫이 깔려 있긴 하지만, 앉을 자리하나 없고 비좁은 통로에 서서 옆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 신경쓰느라 느긋하게 책을 볼 수 없는 우리네 대형서점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지하5층에서 지상 6층에 달하는 Eslite건물에 성품서점 신의점는 사실상 2층부터 5층까지에 해당되는데, 방문자가 처음 들어서게 되는 2층에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마련된 공간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잡지, 여행, 비즈니스, 외국어 서적 코너와 함께 컴퓨터, 미용 제품 등의 상점과 카페가 입점되어 있다. 3층은 인문, 사회 과학 도서를 진열하고 있는데, 전문 서적이 주를 이루는 만큼 이 코너를 찾는 이들이 장시간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더욱 편한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또 4층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신간 소개 등이 상시 이루어지는 활동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일본문화에 우호적인 대만답게 4층에는 일본관이 따로 존재한다. 일본관은 유일하게 다른 분야 공간과 디자인 차별화가 허용되는 곳인 듯 하다. 여기엔 모든 일본도서와 일본에서 직수입한 문구와 유명 디자이너들의 소작품 등을 진열해 놓음으로써 한 장소에서 일본에 관한 모든 걸 접할 수 있게 한다. 이 층에는 또한 예술적 감각이 깃든 구성과 디자인으로 마련된 건축·예술 서적 코너가 자리하고 있다. 성품 서점이 인문·예술 서적 서점으로 시작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건축·예술 서적 코너에 쏟는 의미와 정성이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5층에는 아동 도서와 관련 용품점, 아동박물관 (Children”s Museum of Taipei)가 마련되어 있다. 아동 도서코너를 가장 위층에 위치시킴으로써 조용히 서점을 둘러보고자 하는 성인 방문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아동 도서 코너 입구 한편에는 아이들이 바닥에 앉거나 자유스레 엎드려 책을 보고 있다. 투명 유리벽의 이 특별관은 전시가 없을 때 이렇게 어린이들이 노는 공간으로 100% 활용된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이후에는 그 곳 아동관 특별전시인 Australian Wonder Zoo가 여기로 옮겨와 전시된다고 한다.

서점 곳곳에는 도서 검색대는 물론 70대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8개 채널로 층별 주제에 맞게 신간과 작가 소개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 동영상은 출판사에서 콘텐츠와 비디오를 제공하고, 성품서점에서는 편집만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 총 46개의 지점을 가진 성품 서점은 대만 유일의 24시간 영업 서점으로 더욱 유명하다. 성품서점 제1호점이자 2000년 3월부터 24시간 영업을 시작해온 성품서점 돈화점. 일부러 늦은 시간을 택해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저 밤에 활동량이 많은 대만이라 가능한 거라고 쉽게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규모는 신의점에 비해 작지만 각 분야별 도서 코너의 배치가 입구에는 신간, 바로 뒤쪽으로 베스트셀러가 전시되는 통일된 구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브라운톤 목재를 사용한 인테리어 역시 감각적이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방문을 추천해 주실 때는 정말 뭔가가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서점과는 너무나 다른 서점이 거기에 있었다. 그 멋들어진 배치뿐만이 아니다. 여러 분야의 도서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베스트셀러 소개만 보더라도 매 2주 마다 전국 성품서점에서 집계하여 총 10분야 각 10점씩 소개하고 있으며, 신간도 엄격한 기준하에 매 2주마다 새롭게 추천된다고 한다. 협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타이베이국제도서전과의 연계, 출판사와의 우호적인(눈에 드러나는 것이 그렇단 말이다. 사실 난 그 내막까지는 알 수 없다.) 상생관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독자로서 누리고 싶은 이 여유로움과 인간에 대한 섬세한배려… 난 그렇게 성품서점이 부러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