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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BS 수능연계율 50% 발표에 부쳐 – EBS 교육사업의 정상화를 주문한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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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연계율 50% 발표에 부쳐

– EBS 교육사업의 정상화를 주문한다

 

□ 교육부, 2022학년도 EBS 수능연계율 70%→50%로 축소하고 간접연계 확대 방침 발표

□ 수능연계율 축소는 교육과 출판산업 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조치

□ 하지만 수능연계 정책 유지는 결국 학교 교육 정상화와 교육출판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 안 돼

□ 수능연계 정책을 기반으로 한 EBS 상업출판은 교육출판 산업에 부정적 영향 심각

 

교육부가 8월 12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수능 시험부터 시험영역별 응시과목 선택 방법과 일부 과목별 평가 기준이 바뀐다. 무엇보다 중대한 변화는 수능과 EBS 간 출제 연계율이 현행 70%에서 50%로 축소되고, 연계 방식도 과목 특성에 따라 간접연계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캡처3

그동안 70%라는 높은 수능연계율로 인해 고등학교 수업이 EBS 교재 중심의 문제풀이식 암기 수업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지난 2018년 8월에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통해 수능연계율 50%로 낮추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이번 2022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교육부는 EBS 수능연계 정책이 취약 지역·계층 학생들의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수능연계를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연계율을 축소하고 간접연계를 확대하는 정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수능연계율 축소 발표는 수험생의 EBS 교재 의존도를 줄여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진일보한 조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교육 파행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EBS 수능 연계율이 50%로 축소되고 간접연계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EBS 교재 중심의 수업 방식에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회의감이 여전히 교육현장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능 연계율 50%는 학교 수업의 파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교육 격차 해소라는 긍정적 기능을 살리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연계율”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수능연계 폐지라는 특단의 조치가 가져올 충격을 피하고 수업 파행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불식시키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BS 수능연계로 인한 학교 수업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취지가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출판계가 주목하는 것은 EBS 수능연계 정책이 출판산업 생태계의 질서를 훼손하고 출판 공공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핵심은 바로 EBS의 상업출판이다. 2004년 EBS 수능연계 정책 실시를 계기로 EBS는 상업출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0년 수능 연계율이 70%로 강화된 이후에는 EBS 교재가 수능교재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장악했다. ‘공교육 보완’을 기치로 내걸었던 EBS가 수능연계 정책을 등에 업고 독점적인 사교육 교재를 만드는 ‘거대 학습교재 출판사’로 변모한 셈이다.

출판계 및 교육계의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EBS 상업출판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로 공영 교육방송사가 출판 대기업으로 변모하면서 출판시장의 질서가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EBS는 수능연계 교재를 통해 입시교재 시장을 독점적으로 잠식할 뿐 아니라 다른 분야 출판시장까지 출판 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유·아동 도서나 초등·중등 교재 분야에서 EBS의 영향력은 아직 크다고 볼 수 없으나 영상 콘텐츠와 연계된 도서의 시장 파급력을 감안할 때 향후 성장세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교재 시장에서 EBS의 영향력 증가가 전체 학습 교재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EBS 교재의 독점화로 인해 여타 민간 출판사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교재 개발에 투자할 역량이 축소되고 있다. 그동안 교재 개발에 힘을 쏟지 못해 퇴출당한 업체만 해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BS 수능연계 정책으로 인해 교육출판 시장에서 EBS가 갖는 인지도와 위상이 강화되고 EBS의 출판물이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이며 교육출판 생태계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능연계율이 50%로 축소되더라도 이 같은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PBS나 BBC 같은 해외 공영방송사들 중 어떤 곳도 대학 입시정책을 배후에 두고 상업출판을 하지는 않는다. 해외 공영방송사에서 주력하는 것은 바로 ‘독서 진흥’이다. 그에 반해 EBS는 지금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거품이 잔뜩 낀 각종 교육콘텐츠 할인 상품과 교재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육출판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출판은 출판사에게 맡기고 EBS는 공영방송사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2019. 8. 19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