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출판권 소멸의 사유, 그리고 남은 책들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1:12
조회
268

김기태 / 저작권상담실 전문위원․세명대학교 미디어문학부 교수

출판권의 효력은 어떤 경우에 소멸하는가? 출판권설정계약 등 계약서에서 정한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출판권자에게 주어진 권리의 효력이 소멸하면서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귀속된다. 하지만 출판권자가 의무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나 그 밖의 사유로 출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도 저작권자는 출판권의 소멸을 통고할 수 있다. 먼저 출판권자가 9개월 이내의 출판의무 또는 계속출판의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에 다시 한 번 6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서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알린 다음, 그래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출판권의 소멸을 통고할 수 있다. 이는 출판을 목적으로 설정된 출판권의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출판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품절상태로 인해 저작물의 복제물을 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면 출판권을 설정한 저작권자의 입장에서 보아 좀더 나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유명무실한 출판권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출판권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기서 “9개월 이내 출판”이란 설정행위에서 특약이 없는 경우만을 뜻하므로 설정행위에 있어서 그 기간을 2년으로 정했다면 2년 이내에 출판하지 않은 경우에 의무위반이 된다. 아울러 계속출판의 의무 역시 설정행위에 별도의 약정이 있다면 그것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 한편 출판권자의 사정으로 보아 출판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출판권자에게 출판할 의사가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의무이행을 촉구할 필요도 없이 즉시 출판권 소멸을 통고할 수 있다. 여기서 출판이 불가능하다거나 출판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출판권자가 아닌 저작권자가 판단하는 것이므로 그 기준이 엄격하게 해석되지 않으면 악용될 소지도 있다. 우선 객관적인 측면에서 “출판권자가 출판이 불가능한” 경우란 출판사가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문을 닫을 상황이라거나 그와 비슷한 처지여서 도저히 출판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출판권자가 사망하거나 투옥되어 본의 아니게 출판이 어려워진 경우 등을 말한다. 또한 “출판권자가 출판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란 출판권자 스스로 출판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온 경우를 포함해서 출판사를 제3자에게 매각하려는 경우, 또는 특정의 저작물에 대해 고의로 출판하지 않는 것이 역력한 경우 등을 말하므로, 복제권자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관행에 비추어 분명하다고 여겨지는 판단의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출판권 소멸의 효력이 발생하는 걸까? 저작권법에 따르면 출판권 소멸사유로 인해 복제권자가 출판권의 소멸을 통고한 경우에는 출판권자가 통고를 받은 때에 출판권이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그러므로 복제권자가 출판권자에게 출판권 소멸을 통고할 때에는 일반적인 ‘내용증명’의 방식을 사용하면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출판권자의 의사 또는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출판권 소멸이 통고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끝으로 출판권 소멸 이후에 복제권자가 출판권자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원상회복청구권과 그로 인해 입은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원상회복’이란 출판권이 설정되기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출판을 위해 제공된 원고原稿를 원래대로 챙겨서 반환하는 것은 물론 출판권설정등록이 되어 있으면 등록을 말소해야 하고, 출판권을 목적으로 하는 질권이 설정되었다면 이를 소멸시켜야 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출판권의 소멸로 출판이 중지됨에 따라 복제권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 즉 출판의 기회를 잃음으로써 다른 곳에서 출판하였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통상의 이익을 놓쳤다든가,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심한 타격을 받았다는 등의 입증 가능한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적절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출판권이 소멸된 후에도 남은 책을 계속 팔 수 있는가? 현행 저작권법 제59조에서는 출판권이 소멸한 후에도 계속해서 남은 출판물을 배포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즉, 출판권이 그 존속기간이 끝났거나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소멸된 경우에는 그 출판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출판권이 존속하는 동안에 만들어진 출판물을 더 이상 배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출판권설정행위에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출판권이 소멸되었더라도 남은 출판물을 판매에 의한 방법이든 아니든 배포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약이란, 예컨대 “출판권자는 출판권이 소멸된 이후라도 이전에 만들어진 출판물의 재고를 계속해서 판매에 의한 방법으로 배포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출판권설정계약을 하는 당시에 복제권자와 출판권자가 이와 같은 내용으로 합의했다면 출판권 소멸 이후의 배포가 가능하다. 또 출판권의 존속기간 중에 복제권자에게 그 저작물의 출판에 따른 대가를 지급한 후에 그에 상응하는 부수의 출판물을 배포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출판권이 소멸하기 이전에 출판권자가 그 저작물의 복제물을 3,000부 제작하기로 하고 그에 따른 인세 또는 사용료를 복제권자에게 지급했을 경우에 출판권이 소멸한 뒤에도 그 중의 1,500부가 남았다면 그것은 계속해서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며, 만일 그 이상을 더 제작해서 배포한다면 복제권자의 복제권은 물론 배포권까지도 침해하는 것이 된다. 특히 “출판권의 존속기간 중”이라고 했으므로 출판권이 소멸된 이후에 지급된 저작권 사용료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결국 저자와 출판사 대표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출판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출판권 소멸 이후의 재고도서 배포에 대한 규정까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저작권자는 행여 출판계약을 해지하게 되더라도 이미 지불된 인세에 해당하는 재고도서가 판매 완료되는 시기를 고려해서 새로운 출판계약을 맺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 역시 무한경쟁에만 몰입하지 말고 이미 체결된 계약을 존중하는 한편, 기존 도서의 출판권을 새로 인수하는 경우에도 재고도서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건전한 출판유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출판문화> 2006. 8.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