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저작물 이용에 대한 법정허락제도란 무엇인가?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1:11
조회
287

김기태 / 저작권상담실 전문위원․세명대학교 미디어문학부 교수




법정허락을 알면 새로운 이용방법이 보인다

요사이 범람하는 인터넷 댓글이나 블로그를 살피다 보면 의외로 참신하고 감동적인 내용을 만날 때가 있다. 마침 기획중인 신간의 주제와 맞아떨어지는 내용일 경우 출판기획자나 편집자는 그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마련이고, 저작권자인 필자를 섭외하려고 접촉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그는 가상공간에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도무지 자취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덧 무단이용에 대한 유혹은 한층 커지고, ‘설마’ 하는 마음까지 겹치게 되면 저작권을 침해한 책이 탄생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 되고 만다.

이럴 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법정허락제도이다. 법정허락(法定許諾)이란, 저작권 사용료의 지급을 전제로, 법으로 특정의 방법과 조건을 정해서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허락을 말한다. 즉,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기만 하면 권한 있는 기관이 정하는 보상금을 지급 또는 공탁하고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법정허락이 갖는 의의는 저작물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감안해서 어떤 원인 때문에 저작물이 이용되지 않을 때에는 저작권자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더라도 저작물의 사회적 가치를 재생시키려는 의도에 있으며, 저작재산권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저작재산권자에게는 일종의 권리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저작물의 이용을 활성화하려는 목적과 저작권 보호라는 목적 사이에 조화를 이루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인 셈이다.



저작재산권자 불명인 저작물의 이용

저작물 이용에 관한 법정허락의 첫 번째 유형은 공표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가 누구인지 또는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없어서 저작물 이용에 따른 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경우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저작물이 공표된 것은 틀림없는데 저작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

둘째,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알지만 그가 현재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

셋째,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알지만 그가 이미 사망하였고 그의 유족 내지는 상속인으로서의 저작재산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

이때 무조건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알 수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법정허락을 신청하는 사람은 이용하려는 저작물이 공표된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저작재산권자와 그의 거소를 찾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첨부해야만 한다. 이 때 “상당한 노력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연․음반 및 방송을 포함하여 당해 저작물이 속하는 분야의 저작물을 취급하는 저작권위탁관리업자 또는 당해 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은 사실이 있는 이용자 중 2인 이상에 대해 저작재산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의 명칭․주소 또는 거소의 조회를 위해 확정일자가 있는 문서를 최종발송한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할 것. 이 경우 당해 저작물이 속하는 분야의 저작물을 취급하는 저작권신탁관리업자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조회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전국을 주된 보급지역으로 하는 일간신문 및 정보통신망에 문화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의해 저작재산권자의 명칭․주소 등의 조회사항을 공고한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할 것.

이렇게 해서 저작물 이용에 따른 법정허락의 승인을 얻었다면 다음에는 저작물 이용 이전에 보상금을 공탁해야 한다. 보상금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서 일반적인 저작물 사용료에 준해서 결정한다. 만약 저작물 이용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보상금을 공탁하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한다면 그것은 엄연한 저작재산권 침해행위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법정허락을 받아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용자가 이행해야 할 의무사항이 더 있다. 즉, 법정허락에 의해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람은 정부의 승인에 의한 이용이라는 뜻과 함께 승인년월일을 표시해야 한다. 표시방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지만, 출처의 명시 규정에 따라 저작물의 이용상황에 맞추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에 어떠한 벌칙이 가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공표된 저작물의 방송 및 판매용 음반의 제작

법정허락의 두 번째 유형은 방송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표된 저작물을 공익상 필요에 의해 방송하려는 사업자와 그 저작재산권자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즉 어떤 저작물을 공익적인 차원에서 반드시 방송해야만 한다고 판단한 방송사업자가 그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와 방송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용에 따른 대가 혹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하여 저작재산권자로부터 허락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법정허락에 따라 보상금만을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거나 공탁하고 나서 저작물을 방송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저작재산권자의 권리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용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판매용 음반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판매되어 3년이 경과한 경우 그 음반에 녹음된 저작물을 녹음해서 다른 판매용 음반을 제작하고자 하는 자가 그 저작재산권자와 협의했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때에는 법정허락을 이용할 수 있다. 즉 판매된 지 3년이 지난 음반에 녹음된 저작물을 녹음하여 다른 판매용 음반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그 저작재산권자와 협의할 수 있으며,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정허락을 신청할 수 있다. 이는 어느 특정의 음반회사가 우수한 음악저작물을 독점하여 음반제작에 이용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음반에 의한 음악저작물의 유통을 촉진하고 음악 분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따라서 3년이란 기간을 정한 것은 나름대로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투자한 노력을 감안한 것이며, 이후에는 법정허락의 절차를 거쳐 누구든지 똑같은 판매용 음반을 제작할 수 있다. 아울러 여기서 법정허락이 가능한 저작물은 판매용 음반에 수록된 저작물을 말하므로 판매용이 아닌 홍보용 또는 대여용의 비매품 음반은 해당되지 않으며, 음악저작물인 동시에 연극저작물 또는 어문저작물이 될 수도 있는 오페라, 창극 등도 해당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