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회복저작물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보호되는가?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1:08
조회
277

김기태 / 작권상담실 전문위원․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 사례 개요




A라는 출판사에서 저명한 미국 학자의 저서를 번역출판하기 위해 2005년 9월에 해당 저작권자와 독점적인 번역출판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번역도서를 출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1993년도부터 B라는 출판사에서 같은 도서를 번역출판해서 시판중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저작권자에 의하면 예전에 한국에 있는 어느 출판사와도 번역출판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A가 B에게 해당도서의 출판중지를 요청했으나 을은 1993년도부터 출판했기 때문에 법률상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또 어느 날 서점마다 어느 출판사 대표명의로 특정 번역도서의 판매를 중지하고 모두 반품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이 도달했는데, 그 이유는 최근 외국 저작자와 정식독점계약을 통해 번역출판을 한 자기네만이 합법적인 출판권자이며, 오래 전부터 무단으로 번역도서를 출판해 온 특정 출판사의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서점에서는 과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걸까?

먼저, 외국 저작물에 대해 적용되는 ‘회복저작물’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저작물은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된다”는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국제적 관례인 내국민대우의 원칙, 국가간의 상호주의 원칙 등에 따라 보호된다. 여기서 ‘가입’이란 저작권 보호와 관련하여 여러 나라가 참여한 국제적인 협약에 우리나라가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하며, ‘체결’이란 주로 우리나라와 다른 어느 나라, 즉 두 나라 사이에서 맺어지는 조약이 성립된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협약으로는 1987년 10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유네스코 주관의 세계저작권협약(UCC; Universal Copyright Convention)과 1996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 협정(TRIPs), 그리고 1996년 8월 21일에 가입한 베른협약(Berne Convention) 등이 있다. 그리고 1996년 6월 30일까지는 그렇게 성립된 조약의 발효일 이전에 발행된 외국인의 저작물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단서에 따라 우리나라가 UCC에 가입하여 국내에서 그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 1987년 10월 1일 이전에 발행된 외국인의 저작물은 사실상 보호받을 수 없었다. 이 조항은 UCC 제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소급효不遡及效에 의한 것인데, WTO 체제의 출범에 따라 이런 양상은 정반대로 바뀌게 되었다. 즉 베른협약에서는 UCC와는 달리 회원국의 외국인 저작물에 대한 소급효遡及效를 강조하고 있는데, 새로이 출범한 WTO의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 회원국들은 모든 지적재산권에 대해 베른협약의 수준으로 보호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미 회원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5년 11월에 통과된 개정 저작권법에서는 이러한 단서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소급보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이 적용되는 1996년 7월 1일부터는 그동안 보호하지 않았던 1987년 10월 1일 이전에 공표된 외국인의 저작물은 1957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소급보호가 시작되었으며, 이렇게 해서 새로이 보호대상이 된 저작물을 ‘회복저작물’이라고 한다.




◆ 출판권자가 주의할 점




위에서 살핀 것처럼 그동안 보호하지 않았던 외국인 저작물 중에서 회복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은 소급해서 보호할 수밖에 없게 되자 국내 이용자들에게 부담이 커지게 되었고,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개정 저작권법 부칙에서 몇 가지 특례규정을 두게 되었다. 예컨대 부칙 제4조에서는 ‘회복저작물 등의 이용에 관한 경과조치’를 규정하면서 “회복저작물 등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로서 1995년 1월 1일 이전에 작성된 것은 이 법 시행 후에도 이를 계속하여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그 원저작물의 권리자는 1999년 12월 31일 이후의 이용에 대하여 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1995년 1월 1일 이전에 작성된 것’이란 1995년 1월 1일 이전에 번역물 등 2차적 저작물을 작성 완료해서 발행한 것은 물론 그 이전에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을 완료하여 원고를 보관하고 있다가 그 이후에 발행(출판)한 것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어느 시점에서 번역원고(2차적 저작물)의 작성을 완료했느냐 하는 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입증하느냐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앞의 예에서 B가 1993년도에 번역도서를 발행했다는 것은 이미 번역원고의 작성을 그 이전에 완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B출판사의 번역본은 1995년 1월 1일 이전에 작성된 것이 분명하므로 개정법 부칙 제4조에서 말하는 회복저작물에 해당한다. 결국 B는 비록 원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얻은 사실은 없지만 그의 번역출판은 정당하며 계속 출판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도 이후의 이용에 대해서는 원저작물의 저작권자가 보상을 청구하게 되면 을은 그에게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A출판사는 원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아니므로 B출판사를 상대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저작권자의 권리를 위임받아 2000년도 이후의 보상금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있다. 그러나 그 보상금으로 번역출판계약을 맺으면서 원저작권자에게 이미 지급한 저작권 사용료를 만회한다거나 손해를 충당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 저작물에 대해 독점번역출판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현재 유통중인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을 무조건 무단복제에 의한 불법도서로 몰아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것이 회복저작물인 경우에는 원작자를 통한 보상청구권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9월 말까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온 관행에 따라 번역도서를 출판한 수많은 출판사들의 행위는 당시 우리나라가 국제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던 만큼 불법행위가 아니다. 또 우리가 UCC에만 가입했던 1994년도까지 1987년 10월 이전에 외국에서 공표된 저작물을 번역출판한 행위도 역시 무단복제라고 할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약을 맺고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당연한 추세이지만, 우리 출판계에 아직 여물지 못한 저작권 보호의식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예외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출판문화> 2005년 11월호 게재